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소비 습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는 삶의 작은 즐거움이었던 외식과 여행, 문화생활이 이제는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 항목이 되고 있다. 반면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 문화와 중고거래, 공동구매, 할인상품 이용은 일상이 됐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 것이다.
직장인 박모 씨(45)는 예전에는 가족과 주말마다 외식을 즐겼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으로 횟수를 줄였다. 점심도 도시락을 준비하는 날이 늘었다. 그는 "외식 한 번 하면 가족 네 명이 10만 원 가까이 쓰게 된다"며 "그 돈이면 일주일 반찬을 준비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집밥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 씨(56)는 장보기 방식부터 달라졌다. 예전에는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구입했지만 이제는 할인 행사 일정과 쿠폰을 먼저 확인한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식단을 짜고, 공동구매를 통해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는 "계획 없이 장을 보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된다"며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습관이 생활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소비시장의 변화도 뚜렷하다.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할인점 이용이 늘고 있으며,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 대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홈카페', 운동시설 대신 공원 산책이나 맨몸 운동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소비 패턴이 바뀌는 이유는 체감 물가 상승 때문이다. 식료품과 외식비, 공공요금 등 생활 필수 지출이 커지면서 여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상권 박사(수원대 경영학전공)은 "고물가 시대에는 소비를 무조건 줄이는 것보다 소비의 우선순위를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꼭 필요한 분야에는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적인 장보기, 냉장고 관리, 자동결제 점검, 중복 구매 방지 등 작은 생활 습관만으로도 연간 수십만 원 이상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먼저 고정지출을 점검할 것을 권한다.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통신비와 보험료를 재검토하며, 외식 횟수와 충동구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생활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가계부를 쓰지 않더라도 카드 사용 내역과 계좌이체 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물가는 단순히 지갑을 얇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소비를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생활 속 작은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결국 고물가 시대를 현명하게 이겨내는 힘은 거창한 재테크보다 일상 속 합리적인 소비 습관에서 시작되고 있다.











